영어 잘하는 독한 인간들의 지독한 정리 습관

영어 잘하는 독한 인간들의 지독한 정리 습관

 

 

 

개인적으로 기억과 저장에 관한한 철칙으로 여기는 것이 있습니다.

 


 

 

1. 시게이트 하드디스크는 절대로 믿지 마라.

2. 당신의 기억력은 더더욱 믿지 마라.

 

 

 

 

 

 

자신의 경험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사람들

 

 

 

최근까지 공교롭게도 종이 사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꽤 여러 사전이 있었지만, 종이 사전은 모두 버린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제 더 이상 종이 사전을 구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있던 사전도 버리는 판국에 뭔 놈의 새로운 사전을 살 일이 있겠습니까...

 

그러던 중 최근에 다시 종이사전을 구입할 일이 생겼습니다.

 


 

 

이진영의 통역번역 기초사전

능률-롱맨 영한사전

능률 한영사전

 

능률 롱맨 영한사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관련 이미지

 

 

 

세 권 다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특히, 능률-롱맨 영한사전은 정말 너무 좋은 사전입니다.

 

 

이진영의 통번역 기초사전을 구입할 때는

책의 타이틀이 기초사전이라서 으레 수록 어휘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인 줄 알았느데,
진짜 사전이 도착해서 놀랐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저자의 머리말에서 등장합니다.

 

 

 

- 이 사전은 그 동안 필자가 번역을 하면서, 또 많은 통역, 번역 결과물을 교정하면서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 사실 더 많은 예문과 어휘를 수록하고 싶었지만 원래 언어와 지식의 습득은 끝이 없어 이 정도로 제한하고 기초사전이라는 제목을 정한 것이다.

 

 

 

 

저는 저자의 말을 믿습니다.

 

이 방대한 양의 어휘와 표현들은 오랜 시간 동안 직접 경험한 것을 정리한 내용들이며, 그 중에서도 출판에 적합한 내용만을 추리고, 그리고 다시 통번역이라는 주제에 맞는 것을 추리고, 다시 책이라는 물리적 제한에 맞춰서 추려서 나온 아주 극히 일부의 내용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말이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저자인 이진영 교수가 그동안 학습해 온 분량 중에 출판에 적합한 아주 극히 일부만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 정도를 정리하려면 책에 실리지 않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포함하면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한 것이며, 얼마나 많은 정리를 했을까 상상이 됩니까?

 

한편으로는 진짜 실력자들은 모두 저와 같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데, 어쩌면 우리들만 "미드로 수다떨기" 같은 말랑말랑한 놀이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이 사전이 애초에 독자들을 위한 사전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사전은 저자인 이진영 교수님께서 후학들을 위해서 만든 사전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이 사전의 탄생의 이유도 그리고 최고의 학습 수혜자도 이 사전을 참고하고 있는 독자가 아니라, 저자인 이진영 교수님 본인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자의 수많은 경험과 노력 끝에 생긴 깨달음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 책으로 만들어진 걸까요?

아니면 저자의 깨달음의 경지는 오랜 세월을 꾸준히 정리하고 축적해온 과정의 결과일까요?

무엇이 먼저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방향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동안 관찰해온 바로는 후자의 비중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것이 오늘의 주된 주제입니다.

 

이러한 끈질긴 정리와 반복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반이던 88년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영어 방송을 진행해온 이보영씨도 이미 영어로 방송을 진행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방송 중에 외국인 게스트가 하는 말 중 새로운 표현이 있으면, 공책에 그때 그때 받아 적었다가 나중에 틈틈이 암기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공책이 수십권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진출판사에서 나온 동시통역의 신이 말하는 영어잘하는 법의 저자 쿠니히로 마사오씨도 예문수집을 엑셀파일도 아니고, 공책도 아닌, 카드로 수십만개를 정리했다고 하니 우리들이 얼마나 쉽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아래는 현직 영자신문 기자가 쓴 파워딕이라는 책의 한 페이지입니다.

 

 

 

 

수동적인 학습자들보다도 이미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오히려 더 열심히 정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보며 어떤 이들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리의 달인이며, 매우 성실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저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을 다르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성실한 것도 아니고, 정리의 달인도 아니다.
이들은 아주 냉철하며 지독하게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

 

 

 

 

우리는 영어를 읽고 해석이 되면, 그것이 마치 영어공부의 전부인 양 여겨왔습니다.
남이 이미 주어+동사 구조 다 결정하고, 주어, 동사로 쓰일 어휘까지 이미 다 정해놓은 속편한 상황에서 구조파악되고, 의미파악 되었다고 대단한 성취라도 되는양 생각해오지는 않았는지요?

 

리스닝조차도 결국에는 원어민이 구조와 어휘, 표현까지 모두 결정해 놓은 것을 구경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며,더 나아가 이런 구경노릇 조차도 구경꾼 노릇만해서는 결국 한계에 도달한다는 것을 경험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남이 써놓은 글을 읽고, 듣고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 정작 내가 구사할 수 있을까? 라는 돌직구를 스스로에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냉철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어를 독학을 하면서 구경꾼에서 참가자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표시가 저 지독한 정리 행위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듣다보면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라는 그런 말랑말랑하고 로맨틱한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고 굳이 노트에 정리를 하려는 행위에는 이미 스스로 구경꾼이 아닌, 참가자로서의 마인드가 갖추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바로 이전에 언급했던 쿠니히로라는 일본인의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무슨 일이든지 마찬가지이지만, 어떤 일을 타인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에는 그 생각의 깊이에 차이가 난다. 타인의 일은 어느 정도 깊이 생각한 것 같지만, 자신의 일만큼은 흥미를 갖지 않는 법이다. 일본 고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옛날 시를 아무리 깊이 연구한다해도 결국은 타인의 일이므로 거기에는 한도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시를 짓게 되면 이번에는 자신의 일이므로 마음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이해도 한층 깊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옛날 풍의 시를 읊고 문장을 지어보라고 가르쳤던 것이다.

 

 

 

 

뭐,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봤을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학습서에서 이런 이야기를 보게되는 것은 꽤나 신선했습니다.
영어학습법을 무슨 제품 설명서처럼 사용법을 정신없이 나열하는 우리 한국출판물과는 사뭇 다르고 신선했습니다.

 

이는 다시 이진영 교수의 머리말에서 마무리 발언과도 연결이 됩니다.

 

 

 

- 또한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학생들에게서 이 사전은 하나의 참고서일 뿐 개인 용어집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글자로 존재하는 단어/표현과 자신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단어/표현는 그 힘과 무게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경험이 반영된 여러분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얼마나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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